일기장

[2017.05.24] 원룸 이사 준비

다토우 2017. 5. 24. 04:23





 현재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는 입장에서 원룸은 생존을 위한 공간이지 주거를 위한 공간으로 보기는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크게 원룸은 일반적인 주거공간이 갖고 있는 공간성에 대한 기능을 수행하기엔 위치적으로나 절대적인 크기면에서 부족한 편이다.


 국토교통부에서 발표한 최저주거기준은 다음과 같다.


<표> 최저주거기준의 내용(건설교통부 공고 제 2004-173호)


 이 기준이 사람이 행복하게 살기위한 기준인지, 아니면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서 사는 공간인지는 모르겠으나, 내가 2년간 원룸에서 살아본 결과 원룸 그자체는 생존을 위한 공간에 가깝다고 본다.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분들께는 깊은 존경을 표한다.)


 이러한 법적기준을 떠나서 내가 느끼는 원룸의 문제점은 4가지다.


1.옆방과의 소음 문제

 옆방과의 소음으로 인해서 싸운 적은 없지만, 꽤나 적잖게 놀랬던 부분은 원룸에서 살기 시작하고나서 한 5-6개월간은 다른 방에서 나는 소음을 전혀 듣지 못했기에 방음처리가 잘 되어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보니 다른방이 공실이였던 기간과 그 사람이 매우 조용히 지냈기에 몰랐었다. 옆방에서 친구를 초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말 한글자 한글자 또렷하게 들렸다. 나는 그 후로 원룸에서 크게 말을 하지 못한다.

 심지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점(새벽 3시 45분)에서도 옆 방에서 스타크래프트1 게임 소리가 들려온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이 정도 소음을 감수해야하는가 싶다.


2.채광량 문제

 내가 살고 있는 원룸은 4층인데 창문이 어느쪽을 바라보고 있는지 중요하지 않다. 어찌하든 빛이 옆 건물과의 간격이 좁기에 빛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은 변치않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빛이 이전에는 중요하다고 느끼지 않았는데 부동산을 통해 여러가지 방을 돌아다니면서 주거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걸 깨달았다.


3.사생활 문제

 2번과 동일한 문제라고도 볼 수 있는데 화장실에서 샤워를 할 때 창문을 열면, 옆 방 원룸에서 담배를 피는 사람이 내 얼굴을 볼 수 있다던지, 아니면 원룸에서 창문을 활짝 열게될 경우 맞은편 원룸이 서로에게 보인다는 점은 매우 불쾌한 일이고 스스로 커텐을 치고 지내게 된다.


4.위생 문제

 원룸은 말 그대로 원룸이다보니, 먹고 자고 생활하는 공간이 한 곳에 밀집해있다(다행히 배변활동은 동일한 공간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생활비를 절약하고자 주로 집에서 요리해먹는 내 입장에서, 침대와 2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공간에서 요리를하며 침대와 불과 30cm도 떨어지지 않은 탁자위에서 밥을 먹으며, 그 탁자위에서 노트북을 올려 글을 작성하며 이 공간에서 중국어 공부를 한다. 침대는 언제나 음식냄새로 베여있고, 행여나 고기를 구운날 주말에는 언제나 이불빨래는 당연지사 해야하는 일이다. 심지어 채광이 적은 문제로 군대에서 그렇게나 싫어하던 일광소독 또한 불가하다.



 7월 말 중으로 원룸의 계약기간이 끝나게 되어 2월부터 지금까지 틈만 나면 부동산에 찾아가서 좋은 원룸을 찾아보려고 노력을 했고, 언제나 비용측면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잦았다. 내가 원하는 방을 구하자니 비용이 비쌌고, 비용을 절감하자니 오히려 인간답게 살 공간도 되지 않았다. 또, 매번 이렇게 이사하기로 결정하는 것마저도 시간 및 에너지가 낭비되는 일이고 "불안정"이라는 요소는 생각보다도 사람에게 있어 큰 비용으로 작용했다. 그러한 이유로 고심을 한 결과, 나는 원룸형 아파트를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계약이 완전히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작년 8월부터 일을 시작하여 여태동안 모아놓은 돈과, 여기저기서 융통한 돈을 합치면 충분히 집을 구매하는데 무리가 없기에 (사실 매우 무리했다) 일을 진행하고 있다. 방의 공급면적은 39㎡으로 약 13평형, 그리고 작업실로 쓰기 좋은 작은방과 베란다, 남향, 22층. 사생활마저 보호가 된다. 마지막으로 역과의 거리는 딱 5초. 정말 오래된 건물이긴하나 나와서 거짓말을 절대 보태지않고 5초만 걸으면 지하철 입구가 나온다.


 방을 매매하기로 결정한 과정은 오래걸렸으나 이를 통해서 의외의 내 모습 또한 알게되었다. 난 생각보다 매우 투자성향에 있어 보수적인 사람이였고, 항상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난 이런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무직을 따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아마 내가 공무원이였더라면 정말 체계적이고 만족하는 삶을 살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일을 시작한지 9개월정도 밖에되지 않았는데 집을 구매 할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돈을 융통 할 수 있는 소중한 인맥과, 내 소비습관에 있지 않을까 스스로 판단을 한다. 작년 7월 처음 유럽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부동산 계약을하면서 500만원의 보증금을 내야하는데, 수중에 그만한 돈을 갖고 있지않았다. 유럽여행에서 대학교 졸업 전 모든 돈을 다 불태워야겠다는 생각으로 모은 돈을 전부다 사용했기에 전부다 가족에게 빌렸어야만 했다.


 가족에게 빌리면서 채무 변제를 위해 내가 내세운 조건은 다음과 같았다.


이자는 반드시 지불하며 그 금액은 가족들이 은행이나, 해당 돈으로 투자하여 받을 수 있는 기대수익률과 내 신용등급으로 대출 혹은 융통하여 받을 수 있는 금리의 중간으로 설정. 이에 따라 5개월간 500만원을 빌리는 조건으로 마지막달을 제외하고 이자 5만원씩 내기로했다.(이율은 약 5%, 5개월간 이자 총 20만원)



위 조건을 통해 돈을 빌렸고, 나는 2016년 12월 31일, 그 돈을 전부 갚았다. 그리고 다시 집을 구매하기위해서 돈을 빌려야하는 상황이 왔고 다행히 돈을 융통해준다고 하셨다. 이번에는 금액이 높은 관계로 조건 하나를 덧붙였다.


채무 변제에 있어 예외는 일절 없으며, 요구에 따라서는 내 재무상태 및 소비내역을 전부 공개.


 아마 집을 구매하고 나서 향후 2-3년간은 빚을 갚는데 허덕이겠지만 두렵진 않다. 왜냐하면 여태동안 소비습관을 보았을 때, 집을 구매하고나서나 구매하기전이나 내 소비욕구를 해결하지 못하는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소비습관과 관련해서는 난 이나카기 에미코 작가와 비슷하다고 본다. (참고:[각주:1])

 술과 담배는 따로 하지않기에 비용이 들지않고, 1-2주에 한번 씩 피시방가서 만원정도 소비. 그외에 시장에서 식비를 구매하는 것 외에는 따로 돈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다.

(어찌보면 패션에 관심이 없는 것은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으나 근검절약한 생활과 관련해서는 최대 장점이다)


 앞으로 집을 구매가 확정짓기까지는 좀더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아무래도 이사를 확정짓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고 싶다. 이 지긋지긋하지만 정든 원룸에서 버틸 수 있었던 요인은 언제나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고 이사가게 될 그 곳(아파트를 구매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또한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 하나로 버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1.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10/2017031001731.htm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