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학교 2학년부터 졸업까지 약 3년간 과외선생님으로 활동을 했다. 과외선생으로 일한다는 것은 몸은 편할지언정 마음고생이 꽤나하는 직업군이다.
사실상 과외선생은 다른 아르바이트에 비해 돈을 더 많이 벌지만 본질적으로 시간을 팔아 돈을 받는 다는 점에선 유사하다. 과외선생은 관련 업계에선 경력이 될 수 있으나, 대학생 입장에선 그다지 도움이 될만한 경력이 되진 않는다. 과외 경력 3년은 그냥 그자체로 의미가 있을 뿐, 일반 회사에 취업할 때 누가 이 경력에 대해 신경을 쓸까?
과외선생으로 일을 하면서 생리는 괴리감도 많다. 선생님으로서 어느정도 범위까지 학생을 다루어야 하는가도 그 기준을 정해야한다. 하지만 학생의 입맛과 학부모의 입맛을 모두 만족 시킬 수 없으며, 가르치면서도 학생의 성적이 향상되지 않거나 효과가 적다면 선생님의 책임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적지 않다. 또한, 선생님으로서 아이의 인성을 교육시켜야할지, 아이의 고민에 대해 부모님의 입맛에 맞게 답을 해야하는지도 꽤나 어려운 문제다.
처음 가르친 학생은 고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였는데, 부모님의 극성이 매우 심했고 내 교육과정에 대한 불만이 매우 강했다. 주2회 교육하도록 되어있었는데 학부모는 수학을 가르치는 나에게 영어도 함께 봐달라고 이야기했다. 그 점에대해 나는 반대한다고 말을했다. 내 능력의 문제가 아닌 주 1회 수학 교육으론 학생의 실력이 늘어나기 힘들기 때문이었다. 기어코 그 학부모는 영어와 수학을 제한된 시간내로 다 해내길 바랬다.
나는 그 학부모가 시키는데로 했고, 2개월 후 첫시험에서 학부모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받았다. 내 기준으로 보았을 땐 만족스러웠다. 학생의 수학실력은 어쨌든 향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학부모는 나에게 질타를 했다. 나는 그 날 학부모에게 이런 불신의 상황 속에서는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을 했다.
또 다른 학생을 가르치면서 겪을 일로, 아이가 일본에 유학가는 꿈을 접고 한국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기 바라는 부모가 있었다. 개인적인 사심을 담아서 조언을 해준다면 그 꿈을 위해서 열심히 도전하라고 말을 해야하고. 고용주(학부모)의 말을 따라 듣기위해선 일본유학보다 한국 생활이 더 괜찮다는 점을 천천히 알려주어야만 했다.
그 학생은 어짜피 일본유학을 갈텐데 수학공부를 왜 해야하는지, 한국의 교육과정을 따라 올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학생이었다. 나는 그 학생에게 일본 수능시험 문제지를 가져오고, 그걸 번역해서 문제를 같이 풀어줬다. 그리고 한국 교육과정 준비하는 것이 곧 일본교육 과정 준비하는 것과 크게 다를것이 없다는 점만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후에 선택은 학생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더이상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위와같은 경우는 과외선생의 소신이 뚜렷하다면 어느정도 헤쳐나갈 수 있는 문제다. 내가 겪은 학생들 중 내가 다시는 과외선생님이 되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만든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은 공부를 못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 말을 잘 듣는 편도 아니었고, 내 조언에 대해 불만이 생길 경우 예의없는 태도로 나에게 적개심과 반항심을 표출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학생 모의고사 문제 풀이한 내용을 보면서 '고등학교 1학년 수학범위는 수능범위에 들어가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 부분이 연계되지 않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여름방학 때 같이 공부해야한다' 라고 말을 했으나, 그 학생은 나에게 수능범위문제를 보여주면서 공부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6월, 9월모의고사 모두 1등급이 나왔으나 운이 좋아 받은 1등급이었기에 위험한 상태라고 조언을 했다. 결국 이 학생은 2등급이 나왔다. 수능 끝난 후 별 다른말 없이 연락이 두절되었고 2등급이 나왔다는 사실도 오랜시간 지나서야 따로 알게 되었다. 이러한 수업과정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도둑질을 하거나 부족한 도덕 관념은 상당히 나를 불쾌하고 만들었고 그러한 부정적인 영향이 나에게 오는 것이 싫었다.
난 이 학생을 기점으로 더이상 과외를 하지않았다. 과외를 한다는 것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에, 더 긍정적인 에너지를 교류할 수 있는 사람과 만나길 원했고, 과외는 나에게 그렇지 않았다.
추후 다시 과외를 할 일이 없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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