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막 전역했을 무렵, 아버지와 함께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워낙 술자리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어서 그게 어느덧 4-5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에 술자리를 함께 가진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 당시 아버지가 나에게 해주었던 말은 아직도 잊지 않고 있고 여러모로 내 인생에 도움이 되고 있다.
10대 때는 시키는 데로만 살아왔으면 됬었기에 삶의 방향 자체엔 뚜렷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시간은 부족했고, 대학교 1학년 땐 그러한 억압되었던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서 열심히 놀았다면, 군대에 있는 시간은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고민을 하게 만들게 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그래서 삶의 방향성을 놓고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아버지에게 질문을 했다.
아버지는 나에게 저 구체적인 질문에 보편적인 대답을 해줬다.
"삶이라는 것은 글쓰기와 같다. 글을 쓰다보면 어떤 문장에 적절한 단어를 찾지 못해서 막히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그 문장에 계속 맴돌면 글을 다 쓸 수가 없다. 그 문장은 그대로 두고 계속 글을 써 나아가라. 글을 쓰다쓰다 막힌 부분을 되돌아보면 어느덧 거기에 무슨 단어를 넣어야할지 이미 깨달을거다"
누군가는 인생은 속력이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가보지 않아 모르는 곳을 방향으로 정해놓고 가기엔 막연하고 불안하기에 우린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난 개인적으로 인생은 방향보다 속도란 생각이 든다.
사람이 가치판단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가치판단을 하기 위해 충분한 정보를 알고 있어야하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일단 부딪쳐야한다. 하지만 부딪히다가 그 방향에 대해 아니란 생각이 든다면 언제든지 방향을 바꿀 준비만 되어있다면 우리는 더 좋은 방향을 위해서 찾아 갈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올곧게 한길만 바라보고 걸어가기엔 세상은 너무 크고, 인간은 한없이 작다. 그렇기에 좋은 삶의 전제조건은 실패다. 실패 없이 성공한 삶은 운이 좋겠지만 그 성공을 유지하기엔 유지방법을 모르기에 위험하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성공한 사람은 실패 요인에 대해 언어로 표현할 수 없더라도 철저히 몸이 기억하고 있기에 쉽사리 다시 실패하긴 쉽지 않다.
지금도 나는 언제나 고민을 한다. 하지만 언제나 달려가면서 고민을 한다. 그러면서 언제든지 방향을 틀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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